밀양

http://news.naver.com/moviescene/?ctg=issue&mod=read&hotissue_id=2235&hotissue_item_id=33813&office_id=263&article_id=0000000044

푸른 하늘을 올려찍는 쇼트로 시작하는 ‘밀양’은 햇볕 따가운 마당을 내려찍는 쇼트로 끝맺는다.첫 장면의 하늘은 드넓고 푸르기 이를 데 없지만, 자동차 유리창을 통해 비춰진 간접적 광경이다. 마지막 장면의 땅은 좁고옹색하기 짝이 없지만 직접적인 풍경이다. 하늘은 멀거나 불투명하고, 땅은 좁거나 생생하다. 언뜻 기독교적인 세계관의 강렬한 자장속에서 신을 논하는 듯한 이 영화는 사실 소화할 수 없는 고통을 꺽꺽대며 삼키려는 인간에 대한 영화인 것이다.

혹시라도 ‘밀양’을 반기독교 영화로 읽어낸다면, 그건 지나치게 단선적인 이해가 아닐 수 없다.

전도연과 송강호라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연기 잘하는 여자배우와 남자배우가 등장하는 이 영화는 연기의 폭과 깊이가 어디까지 가능한지를 드러내는 하나의 사례가 될 것이다.

모든 것을 내던진 채 낮고 또 낮아져야 비로소 가능해지는 캐릭터를 맡은 전도연은 처음 유괴범의전화를 받으며 심하게 떨 때, 걸리지 않는 자동차 시동에 발악할 때, 처음 찾아간 교회에서 발작적으로 기침을 하다가 통곡으로바꿀 때, 촬영이 끝난 후의 그녀 모습이 못내 걱정스러울 정도로 무서운 몰입력을 보여준다.

송강호는 캐릭터의 색깔과 동선을 한 눈에 파악한 채 어디까지 나아가면 되고 어디서 멈춰야하는지를 정확히 아는 배우다. 어차피 이 이야기가 신애의 것이 될 수 밖에 없음을 잘 알고 있는 그는 심각한 주제의 표면을이리저리 미끄러지면서 관객에게 숨쉴 공간을 제대로 만들어준다. 이창동 감독의 가장 어두운 영화에 가장 유머가 많다는 것은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살인의 추억’이 송강호의 앞모습에 대한 영화였다면, ‘밀양’은 전도연의 뒷모습에 관한 영화로기록될 것이다. 유괴 사실을 알고서 누군가의 도움을 찾아 밤거리로 뛰어나갈 때 전도연의 뒷모습을 비추기 시작하는 카메라는 이후영화가 마음의 계곡을 저공비행할 때마다 그녀의 상처받은 등을 처연히 바라본다. 허세를 부리고 위엄을 가장하고 예의를 차리는앞모습이 아니라, 부르르 떨리거나 초라하게 말리는 ‘위장할 수 없는 뒷모습’을 아프도록 생생하게 응시하는 영화인 것이다.

동시에 스타일적으로 ‘밀양’은 “왜 그 형식이냐”라는 질문에 설득력 있게 답할 수 있는 드문작품이기도 하다. 왜 내내 핸드헬드 카메라를 사용했는지, 왜 신애가 비극의 현장으로 다가가는 장면은 멀리찍기로 담았는지, 왜어떤 장면들은 유리창을 필터로 사용해서 찍었는지, 왜 위악적인 특정 장면은 아예 인물을 거꾸로 놓고 클로즈업으로 포착했는지에대해 이 영화는 제대로 답한다.

아, 정말이지, ‘밀양’은 사무치는 가슴 통증 없이는 볼 수 없는 무시무시한 영화다.

by Asllan | 2009/01/14 13:26 | 추천 영화 | 트랙백 | 덧글(0)

타인의 삶

http://news.naver.com/moviescene/?ctg=issue&mod=read&hotissue_id=2235&hotissue_item_id=31798&office_id=263&article_id=0000000017

‘타인의 삶’에는 시선의 윤리학이 담겨 있다. 한 사람을 세심하게 지켜보면 그 사람을 이해할수 밖에 없고, 그 사람을 이해하면 사랑하게 된다. 언뜻 도청 전문가의 딜레마를 다룬 프랜시스 코폴라의 ‘컨버세이션’과 비슷해보이는 이 영화는 사실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이나 ‘정크 메일’ 같은 영화에 맥이 닿아 있다.

이 영화는 타인의 삶이 내 삶의 일부로 삼투되어오는 순간에 번지는 휴머니즘의 기운을 따스하게 포착한다. 공감이라는 것 자체가 그 사람의 상태에 이입되기 위해서 나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던가.

스타일에 대한 야심을 감추고 하나하나 벽돌을 쌓듯 이야기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영화를 만든 독일감독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의 연출은 성실하고 우직하다. 초반에 반짝 시선을 끌다가 중반 이후 에너지를 잃어버리는 숱한드라마 속에서 ‘타인의 삶’은 시간이 흐를수록 긴장감이 점점 더 고조되게 만드는 흔치 않은 미덕을 지녔다.

특히 이 영화는 이야기를 어떻게 맺어야 하는지에 대한 모범례를 보여준다. 모든 상황이 종료된듯 보이는 단계에서 다시 시간을 여러 번 점프하며 몇 개의 시퀀스로 간결하게 스케치함으로써 작품을 마무리하는 솜씨는 이 작품에서가장 돋보이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어떤 영화에서 마침표는 문자 그대로 화룡점정의 순간을 만들어낸다.

비즐러 역을 맡은 울리히 뮈에는 정확하고 절제된 연기가 고전적 품격이 풍기는 영화에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를 증명한다.

드라이만을 오래 지켜보기 전, 기술을 맹신하고 감정을 의심하는 비즐러는 사실 예술가에 대해 편견을 가졌던 사람이었다. 결국 편견이란 무지의 지적(知的) 진공에 스며드는 폐수 같은 것. 지켜볼 여유나 기회를 갖지 못해 우리가 지레 잘못 짐작하고 있는 대상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by Asllan | 2009/01/14 10:20 | 추천 영화 | 트랙백 | 덧글(0)

멋진 하루

http://news.naver.com/moviescene/?ctg=issue&mod=read&hotissue_id=2235&hotissue_item_id=36851&office_id=263&article_id=0000000275

‘전달되지 못한 편지’나 ‘뒤늦게 발견된 일기’처럼 쉬운 설명을 늘어놓는 대신, 자동차의 와이퍼에 마음을 실어내는 식의 표현력이 인상적이다.

‘멋진 하루’는 멜로라는 장르의 원초적 유혹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오버’하지 않는다.스스로가 마련한 그릇 안에서 한 번도 넘치지 않으면서 솜씨 좋게 찰랑거리다가, 보는 이의 마음에 긴 여운을 남기는 파장 하나를남기고서 잠잠해진다. 맑고 차가운 겨울날, 집을 나서며 들이마시는 아침 공기 같다.

‘멋진 하루’는 아마도 ‘돈’이라는 단어가 대사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영화일 것이다.(작심하고 시나리오에서 일일이 세어 보니 모두 61번 나온다.) 반면에 기본적으로 멜로임에도 불구하고, ‘사랑’이라는 단어는거의 들리지 않는다. (남의 말을 인용하는 병운의 대사를 통해 딱 한 번 나온다.)

이 영화의 인물들은 우리 주변의 누군가로 착각하게 만들 정도로 생생하다.

병운은 김태용 감독의 영화 ‘가족의 탄생’ 속에 등장했던 채현(정유미)의 ‘좀더 대책없는 남성 버전’ 같은 인물이다. 올 한 해 뛰어난 활약을 보였던 하정우는 넌더리를 낼 순 있어도 미워할 수는 없는 이 낙천적인캐릭터를 흡사 편한 활동복처럼 입고 연기했다. 다른 연기들도 좋지만, 특히 너스레를 떨 때 그는 실로 탁월하다.

희수는 박흥식 감독의 영화 ‘인어공주’에 나왔던 딸 나영(전도연)이 남자까지 잘못 만난경우다. ‘멋진 하루’의 관객들은 희수의 시선에 의지해 병운의 행동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극을 관람하게 된다. 그 때문에 리액션의비중이 절대적이어서 난이도가 높을 수 밖에 없는 캐릭터를 맡아 전도연은 영화가 요구하는 역할을 충실하고도 능숙하게 해냈다. 이영화에서 두 주연 배우는 각각 투수와 포수처럼 연기한다.

그날, 엄청난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 누구도 죽지 않았고 누구도 감정을 극적으로 폭발시키지않았다. 그저 잘못 세워둔 자동차가 한 번 견인되었고, 예기치 않게 비가 한 번 내렸을 뿐이었다. 그 사이에 누군가는 홀로 차를몰고 같은 자리를 맴돌았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꿈을 꾸며 거리를 서성거렸다. 먼 후일, 그날은 어떻게 떠올려질까. 보잘 것없었지만 특별했던, 그 생(生)의 하루(들).


by Asllan | 2009/01/10 21:51 | 읽은 영화 | 트랙백 | 덧글(0)

사진예술개론

사진예술개론 - 10점
한정식 지음/눈빛

by Asllan | 2009/01/10 21:47 | 읽은 책 | 트랙백 | 덧글(0)

사진작가 배병우의 책들


항해의 역사 나를 부르는 숲 빵의 역사 베르메르, 매혹의 비밀을 풀다
타샤의 정원 Gabriele Basilico 가브리엘레 . . 프리다 칼로 한국의 정원 선비가 거닐던 세 . .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낭만주의 미의 역사 키친 컨피덴셜
앗 뜨거워 Heat 세팅 더 테이블 이야기 일본사 풀리지 않은 세계의 불가사의 . .
지중해 오디세이 폼페이 조엘 마이어로위츠 추사 1
알함브라 1 일본 회화사 중국미술사 장자가 노자를 이야기하다
바다의 도시 이야기 김석철의 세계건축기행 샤갈의 다프니스와 클로에 르 코르뷔지에
그리스 문명의 탄생 사진 감상의 길잡이 예술가와 뮤즈 카스파 다비트 프리드리히
예술과 과학 한국의 고집쟁이들 사진의 힘 현대미술의 기초개념
조선후기 회화의 사실정신 한국식물검색도감-가을 마의 산 (상) 유럽의 음식 문화
세계만물 그림사전 고리오 영감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유럽을 . .
사진의 역사 페기 구겐하임 - 모더니즘의 . . 케테 콜비츠 겸재의 한양진경
식물의 사생활 그리스인 조르바 티나 모도티 페스트
지중해의 영감 간명한 중국철학사 요동사 서양 현대미술의 기원 (1880∼ . .
나무 세계의 정원 인문주의 예술가 뒤러 1 라즐로 모홀리-나기
바다에 새겨진 한국사 세계풍속사 조선의 뒷골목 풍경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 . .
화안 석불 돌에 새긴 정토의 꿈 뜻으로 본 한국역사 세상 끝의 집
서양과 조선 한국미술사의 새로운 지평을 . . 한국문화의 뿌리를 찾아 한일교류사
점·선·면 신라의 마음 경주 남산 생각의 탄생 사진에 관하여
겸재를 따라가는 금강산 여행 사랑의 기술 현대사진의 쟁점 Korean art book
민화 우리 옛그림의 아름다움 오늘로 걸어나온 겸재 세계풍속사
그리움으로 걷는 옛길 넙치 지명으로 보는 세계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 . .
세계사진사 뒷모습 중국 철학산책 음식문화의 수수께끼
영국사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쉽게 찾는 우리 꽃 한옥이 돌아왔다
단원 김홍도 빈센트가 사랑한 밀레 먹거리의 역사 상 Down in the Garden

by Asllan | 2008/12/08 23:23 | 읽을꺼리 | 트랙백 | 덧글(0)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 - 10점
필립 퍼키스 지음, 박태희 옮김/눈빛

by Asllan | 2008/11/26 16:24 | 읽은 책 | 트랙백 | 덧글(0)

레거시 코드 활용 전략

레거시 코드 활용 전략 - 10점
마이클 C. 페더스 지음, 이우영.고재한 옮김/에이콘출판

by Asllan | 2008/10/31 10:38 | 읽을 책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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